티스토리 뷰
버닝 - 이창동 감독 /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 주연
유아인의 뒷모습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옷을 어깨에 짊어지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정수(유아인)의 모습을 카메라가 따라간다. 배경은 서울이지만 혼잡한 거리와 정돈되지 않은 주변 환경, 단정하지 못한 정수의 옷차림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임을 보여준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슈퍼마켓 앞에서 만난 중학교동장 해미(전종서). 해미 역시 고정된 일자리 없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큰 꿈을 가지고 있다. 정수와 재회한 첫 날, 같이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대화하는 장면은 해미가 어떤 아이인지를 보여준다.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큰 꿈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나 판토마임을 보여주며 부재에 대한 개념을 새로 정립하는 것 등이다.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잊어버리는'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관점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해미는 배가 고픈 리틀 헝거가 아닌 꿈을 쫓는 그레이트 헝거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술자리 이후 해미는 정수에게 고양이 밥을 달라며 집으로 초대한다. 현관문 바로 옆에 싱크대가 있는 집을 보며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네~'라며 위로해주는 정수. 그렇게 정돈되지않은, 하루에 한 번밖에 해가 들지 않는 좁고 낡은 방에서 정수와 해미는 어설프게 사랑을 나눈다. 그렇게 특별한 사이가 된 둘은 해외에 가서도 근황을 전하는 사이가 됐다. 정수는 비어있는 해미의 집에 가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빈집에서 자위를 한다. 고양이를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고양이가 없다는 것은 본적이 없다. 만약 고양이가 없다면 해미가 고양이가 없다는 사실을 잊은 것 뿐이다. 이렇게 감독은 해미와 정수의 관계를 쌓아올린다.
정수는 본적이 파주이다. 시골 외딴 곳 몇십년간 살아온 흔적이 보이는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집에서 얼핏 비춰지는 액자와 물건들. 정수의 아버지는 폭력 전과로 현재 법정 구속중이다. 한 때 성공할 수도 있었던 사람이지만 자존심 때문에 실패하고 구속될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이다. 허나 자존심 하나로 똘똘뭉친 정수의 아버지는 내가 고개를 숙일지언정 뿌러져버리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도 떠나버리고 의지할 곳은 아버지밖에 없었던 정수에게는 이제 의지할 것이 없다. 해미말고는.
아프리카에 다녀온 해미는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귀국한다. 그의 이름은 벤. 옷도 허름하게 입은 정수와 달리 벤은 말끔한 옷차림과 품위있는 언어를 구사하며 정수를 압도한다. 해미는 셋이 같이 곱창을 먹으러 가자며 해맑게 제안하지만 정수는 어리둥절하다. 자기와 같은 부류이며 같은 급에 속해있는 해미와 나 사이에 누가 끼어든 것 같은 느낌에 위화감 마저 든다.
이런 위화감은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확실하게 드러난다. 공항에서 식당으로 올 때는 낡은 트럭을 타고 불편하게 왔던 세 사람이었는데 집에 갈 때는 트럭과 포르쉐를 각각 나눠타고 간다. 정수 입장에서 해미는 자기 트럭을 타고 가야하는 사람이지만 벤의 포르쉐를 타고 떠난다. 씁쓸하지만 당연한 결과이고 분하지만 캐리어를 꺼내 포르쉐에게 건내줄 수밖에 없다.
이후에도 친하게 지내는 해미와 벤. 해미는 거듭해서 정수를 불러내어 셋이 함께 한다. 벤은 자신의 집에 정수와 해미를 초대한다. 정수와 해미는 넘볼 수도 없는 반포의 고급주택에서 자신이 직접 한 요리를 대접하며 호의를 베푼다. 그런 삶을 동경하며 어울리고 싶어하는 해미와 다르게 정수는 무언가 불편하다. 불편하지만 무엇이 불편한지 스스로 알 수 없는듯한 표정이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화장품과 여성용 악세사리들은 벤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한다.
벤은 선을 넘지 않으며 선을 그어놓고 벤과 정수를 대한다. 마치 너희들의 삶은 어떤가 궁금해서 간을 보는듯한. 정수와 해미의 삶에 손가락을 찍어 맛을 본다. 이 불편함은 벤이 친구들을 불러 정수, 해미와 함께할 때 표면적으로 드러난다. 딱 봐도 정수와 해미에게 어울리지 않는 멀끔한 사람들과 멋진 공간에서 시간을 갖는다. 해미는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일들을 신이 나서 설명을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이없다는 표정이나 옆으로 흘겨보는 표정, 성의없게 박수를 치는 등 표정이나 몸짓에서 해미와 거리를 두고 있다. 정수는 이것이 불편하다. 그레이트 헝거가 되고싶은 해미는 자기에게 있어 도전하는 멋진 사람이다. 실제로 어려운 형편에도 돈을 모아 아프리카로 떠났던 해미가 많은 경험을 갖고 돌아와 해주는 이야기는 이들에게 하찮고 그저 따분하고 재미없는 하루정도 갖고 놀 장난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벤이 그러면 안됐다. 벤 마저도 해미 얘기를 뒤에서 듣다가 하품을 해댄다. 이것은 해미를 무시하는 것이며 해미를 사랑한 나에 대한 모욕이고 우리들에 대한 모욕이다. 무언가가 정수 안에서 꿈틀한다.
벤은 그 잘난 포르쉐에 해미를 태워 여기저기 드라이브를 다닌다. 내가 사랑하는 해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호기심만을 느껴하는 벤. 그런 벤이지만 항상 정수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대하며 정수에게도 일정 이상의 호기심을 가지면서 그런 위화감을 없앤다. 셋이 있을 때 벤은 항상 정수를 더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묘하지만 이런 벤의 행동을 영화 내에서 계속해서 보여줬기 떄문에 셋의 갈등이 터질듯 터질듯 하면서 계속 진행이 됐던 것 같다. 폭탄과 화약이 모두 준비되어 있지만 심지를 잘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이 폭탄이 터지려 한다. 벤과 해미가 드라이브를 하다가 정수의 집 근처에 오게됐다. 해미가 어렸을 적 집을 보고싶다며 파주에 온김에 정수에 집에 놀러온 것이다. 소똥을 치우며 노래를 부르던 정수는 정신이 번쩍 들어 뛰쳐나간다. 정수의 집에 온 해미와 벤은 대마초를 같이 피워대고 낄낄대며 부유층의 놀이를 함께 한다. 그레이트헝거에 취한 해미가 반나체로 춤을 추며 한차례 의식을 행한 후 벤과 정수 둘 만의 시간을 갖는다. 두 달에 한 번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너무나 여유롭게 당연하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벤을 보며 정수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는 표정으로 그것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후 해미를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 두 사람은 잠에서 깬 해미의 등장으로 말을 해보기도 전에 급히 마무리 된다. 두 사람의 감정은 속내를 내보이지 못하고 봉합되었고 상처는 안에서 곪을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니 해미에게 불똥이 튀었다. 옷을 그렇게 벗어재끼는건 창녀들이나 하는 거라고 주워담지 못할 저급한 말을 내뱉어버렸다. 자신과 두 번째 만남에서 사랑을 나눴던 해미가 이렇게 쉽게 남자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루에 한 번 햇빛이 드는 방에서 옷을 벗었던 것은 '나'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집앞에서 대마초에 취해 옷을 벗은 것은 나 때문이어야지 '벤' 때문이면 안되는 것이다. 해미는 내것이니까.
이후 해미는 연락이 두절된다. 당연하다. 정수도 이를 알고 있다. 사과를 하려 연락을 취해보지만 도저히 연락이 되지 않는다. 동시에 벤이 했던 얘기가 머리속에 맴돈다.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다음 비닐하우스를 태우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 태울 비닐하우스가 우리집 근처에 있다고?
해미를 찾지못해 마음이 텅 비어버린 정수는 비닐하우스를 찾으러 애쓴다. 매일 동네를 샅샅이 뒤져가며 비닐하우스를 찾아보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이 집착은 다시 벤에게로 향한다. 나와 연락이 안되는 해미는 분명 벤과 있어야 한다. 낡은 트럭을 몰고 벤이 사는 반포로 향한다. 트럭이 주차되어있는 것만으로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 동네에서 보란듯이 잠복을 한다. 트럭은 포르쉐를 쫓아 벤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만나게 된 벤은 어느 때와 다를 것이 없다. 여유롭고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주며 내 말에 귀기울여준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거기서 벤이 만난 사람은 해미가 아닌 다른 여자다. 무언가 오버랩되는 상황에 혼자 동떨어져있는 정수는 벤을 붙잡고 해미를 찾지만 벤은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정수와 해미는 이용당하고 버려졌다. 상류층 사람들에게 하층민 체험이라도 시켜준 놀이공원마냥 버려지고 무시당했다. 해미는 그렇게 증발해버렸다.
영화 초반부터 정수의 집에 걸려오던 발신자불명의 전화가 있었다. 정수가 방황하며 공허하게 비닐하우스와 해미를 찾아 해맬 때 그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릴적 자신을 떠난 엄마였다.
몇십년 만에 만난 엄마는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돈을 빌리려 한다. 자기가 할 말만 내뱉고는 핸드폰을 보며 실실 웃기 바쁘다. 내 얘기는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물어볼 것은 단 한가지. 해미가 어렸을 때 빠졌다는 우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해미의 가족은 우물이 없다하고 믿을 수 없는 엄마는 우물이 있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걸까? 정수는 이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헷갈린다.
현재 실체가 있는 것은 벤 뿐이다. 정수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벤밖에 없다. 정수는 계속해서 벤을 쫓아다닌다. 허술하고 어리숙하게 벤을 쫓아다니던 정수는 단번에 벤에게 들켜버린다. 벤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정수를 집으로 초대하여 새로운 여자와 자기 친구들의 만남에 다시 한 번 초대한다.
초대된 벤의 집에서 지금껏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발견한다.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고양이와 화장실에서 발견된 해미의 시계. 그리고 자신이 불러온 여자를 지루해하며 뒤에서 몰래 하품하는 벤.
정수의 머리속에서는 퍼즐이 맞춰졌다. 이 퍼즐이 맞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퍼즐은 맞춰졌다. 비닐하우스는 해미이며 벤은 해미를 불태워 없애버렸다. 몇십년만에 찾아와서 돈을 빌리려는 친엄마가 내뱉은 말이지만, 분명 우물이 있다고 말을 해줬다. 우물이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해미의 고양이도 거짓이 아니다. 고양이와 해미가 없어졌는데, 고양이와 해미의 시계가 벤의 집에 있다. 해미는 사라졌다.
정수는 벤을 쫓아가 죽여버린다. 벤이 자신의 작고 연약한 비닐하우스를 태웠던 것처럼 정수도 벤의 비닐하우스를 태웠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코로나바이러스 환불불가 무료취소
- 아고나 환불불가 무료취소
- 뒷다리살 영양
- 줄즈에어
- 삼겹살 불포화지방
- 귀수편
- 돼지고기 부위별 지방
- 삼성케어플러스
- 앞다리살 영양
- 테넷
- 삼케플
- 삼겹살 포화지방
- 터키겨울
- 코로나
- tripair
- 60-60법칙
- 무료취소정책
- Z프리미어
- coronavirus
- 단항
- 삼겹살 콜레스테롤
- 전기장판이랑 온수매트 차이
- 돼지고기 부위별 단백질
- 하노이
- 유심가입
- 삼겹살 돼지기름 영양성분
- LG 유심요금제
- 손소독제 마를때까지
- Booking 환불불가 무료취소
- 갤럭시z폴드2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